감독: 엄태화
출연: 엄태구, 류혜영, 권율
개봉: 2013. 11. 14.
신인감독 엄태화의 독립영화 '잉투기'를 보고 왔습니다. 극중에서 '잉투기'의 '잉'은 잉여의 '잉'이 아닌 'ING'라고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만, 누가 봐도 '잉여'를 염두에 둔 제목입니다. '잉투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 잉여들의 슬프고 심각한, 그래서 더 웃긴 자화상입니다.
'잉투기'의 신선함은 올해 본 영화 중 최고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젊은 감독의 데뷔작인 만큼 단점도 많습니다. 캐릭터 설정, 특히 주인공 '칡콩팥'(엄태구 분)의 인물 설정 및 심리 묘사도 부족하고, 장면 간 전환이나 스토리 전개도 뚝뚝 끊겨 삐걱대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잉투기'는 고유의 매력을 분명하게 발산합니다. 디씨인사이드, 아프리카 DJ, 소위 '현피' 등 인터넷에서 제2의 자아로 살아가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그 곳에 실제 인생을 걸기도 하는 이 시대의 '잉여'들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게, 아무런 꾸밈 없이 그려지고 실제 그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의 공감을 삽니다.
실제 10대와 20대의 현실적인 모습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지나치게 낭만 일변도로 흐르거나 유행어 등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우스꽝스럽기 쉽습니다. 그런데 '잉투기'는 전혀 낭만적이지 않으면서도 이 시대 10대, 20대의 모습을 어색함 없이 그대로 그려냅니다. 특히 여주인공 영자(류혜영 분)가 던지는 '대박', '돋네', "쩔어' 등의 표현이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워 정말 여고생을 보는 것 같아 인상적입니다. 다양한 장면 설정과 소재들의 활용이 과격하면서도 매력적이고, 특히 스크린을 스쳐가는 인터넷 화면들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만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고유의 유머 코드로 활용됩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들, 그 중에서도 영자가 교실에 찾아가는 장면은 잉여들의 분노를 표출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이 영화의 매력의 상당 부분은 영자 역을 맡은 류혜영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맡고 있습니다. 정말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반면 주인공 '칡콩팥' 역을 맡은 엄태구는 대사가 많은 편이 아닌데도 영화 내내 힘이 과하게 들어가 있어 좀 불편합니다. 그리고 희준 역을 맡은 권율은 너무 잘생겨서 현실감이 좀 떨어지네요. 잘생긴 잉여도 있을 수 있다지만 저렇게까지 잘생기기는 힘들 것 같은데 말입니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