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Mr. Nobody

국가: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독일
감독: 자코 반 도마엘(Jaco Van Dormael)
출연: 자레드 레토(Jared Leto) 등
개봉: 2013. 10. 24.

한동안 바빠서 영화관에 좀 뜸했네요. 이번에는 '미스터 노바디'를 보고 왔습니다. 전혀 모르고 보았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2009년에 만들어진 영화이고 이미 매우 유명한 걸작이더군요. 정말 좋은 영화이고 훌륭한 영화적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140분 정도의 러닝타임 내내 감탄하면서 보았습니다. 주인공 니모 노바디(Nemo Nobody)가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서 내리는 결정에 따라 벌어지는 여러가지 다른 인생들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면서 주인공의 인생, 아니 인생의 모든 가능성을 조명합니다. 작은 기차역부터 화성까지, 한 인간의 모든 인생과 그 모든 끝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스케일 큰 대작입니다.
이 영화는 아무런 시간적 순서 없이 다양한 인생의 장면들이 정신없이 스쳐지나가듯이 편집되어 있어서 때로 불친절하게 느껴지고,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관객을 매우 혼란스럽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노바디'의 전개는 흥미롭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각 장면의 발상도, 독특한 방식의 화면 전환으로 대표되는 영화적 기법도 매우 훌륭합니다. 다른 인생들 간의 화면 전환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이어지는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상징적인 장치들 또한 매력적입니다.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는 다양한 철학적인 이론과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데, (주인공이 인생 중 하나에서 진행하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그것도 커다란 자막까지 넣어 가면서 말입니다) 정말 산만할 것 같은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 제기 하나하나가 흥미롭고 충분히 수긍이 가는 것들이기에 관객은 이 모든 전환을 납득하고 즐기면서 영화를 시청하게 됩니다. 저는 과학에 대해서 문외한이고 이 영화의 철학적, 과학적 논의들이 학문적으로 매우 깊이있는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세계관을 제시하는 영화에서 관객에게 던지는 화두로서는 충분해 보입니다.
영화를 본 후 생각해 보니 '미스터 노바디'는 이러한 형식의 영화로서는 꽤나 독특한 엔딩을 선택했습니다. 문제만 잔뜩 던지고 도망갈 것 같았던 감독이 의외로 실마리를 하나 주었다는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 엔딩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엔딩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라도, 정말 훌륭한 영화를 보게 되어 만족스럽습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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